2018년 8월 12일 일요일

스위치

칩 히스와 동생 댄 히스 형제의 두번째 저서. 근데 전반적으로 전작 스틱을 많이 재활용한 듯(..) 형제가 사이는 참 좋아 보인다.

두 형제는 이제 마음을 사로잡는 스토리텔링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인간과 조직의 적극적 행동 변화를 이야기한다.

행동을 극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간단하다. 기수에게는 방향을, 코끼리에게는 동기를 부여하면 된다고.

기수? 코끼리?

인간의 두뇌에는 2개의 시스템이 있다고 한다. 이성(기수)과 감성(코끼리). 바로 생각에 관한 생각의 대니얼 카너먼이 얘기한 '의식적이고 추론 노력이 필요해서 느린 이성'과 '무의식/본능적이고 자동이라 빠른 감성'.

카너먼은 감성이 고정관념 등에 의지해 최소한의 확인만을 거치는 과정에서 오류와 편향의 원인이 되기 쉬우므로 항상 틀릴 수 있다는 인식하에, 이성에게도 기회(?)를 주라고 얘기했다. 그게 말처럼 쉽겠냐만은(..)
진행 방향과 관련해 코끼리와 기수의 의견이 불일치할 때면 언제나 코끼리가 이긴다. 기수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 (22페이지)

그래서 기수(이성)보다 코끼리(감성)에게 집중하라는 게 이 책의 요지. 두 책을 비교하면 꽤 재미있다. '생각에 관한 생각'은 의사 결정의 오류를 줄이기 위해 감성을 최대한 억제할 것을 주문하는데, '스위치'는 사람들의 행동을 변화시키기 위해 감성을 최대한 자극할 것을 주문한다.

꼬임에 넘어가지 않으려는 이와 어떻게든 꼬드기려는 이의 대결-_- 물론 '스위치'를 혹평하는 건 아님. 결국 목적이 중요하겠지. 좋은 의도의 변화가 목적이라면 이성이고 감성이고 자극할 수 있는 건 다 자극해야지.

실행 가능한 방향 제시

기수(이성)는 심사숙고하고 분석하기를 좋아하다 보니 정보만 모으다, 분석만 하다 문제를 키우거나, 상황이 쫑날 수 있다.
문제의 규모가 크다고 해서 해결책의 규모도 반드시 커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커다란 문제가 그와 똑같이 커다란 해결책으로 풀리는 경우는 드물다... 이러한 비대칭성 때문에 분석을 좋아하는 기수의 성향은 기대에 어긋한 결과를 도출할 가능성이 높은 것 (73페이지)

아인슈타인이 이런 얘기를 했다지?
지적인 바보는 문제를 더 크고, 더 복잡하며, 더 심각하게 만든다. 그러나 그 반대편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더 큰 천재성과 용기가 필요

하지만 꼭 바보라서 문제를 키우는 걸까? 커다란 문제를 커다란 해결책으로 풀면 가오도 살고 좋잖아. 문제가 클수록 해결 못했을 때 욕 먹을 가능성이 낮아질 수도 있고? 아무튼 시급한 변화를 원한다면 기수가 지나친 분석에 빠지지 않는 게 좋단다. 어떻게?

쉽게 실행 가능하면서도 명확한 행동 방식을 제시하라고. 창대하게 욕심부리지 말고 미미하게, 그렇지만 확실하게 시작하라는 얘기. 다이어트를 위해 당장 '10kg 감량' 등의 추상적인 목표보다는 당장 음식 그릇부터 작은 크기로 바꾸라는 식이다.
기수에게는 구체적인 행동을 알려줄 시나리오가 필요... '저지방 우유를 구입하라'... 명확성은 저항을 녹이는 용해제 (111페이지)

동기부여

나왔다. 그놈의 동기부여. 어려우니까 다들 강조하겠지.

충격을 받으면 동기가 생길 듯

저자가 제시하는 동기부여 방법 중 참신했던 하나는 바로 '정체성'. 사람들은 선택을 할 때 '결과' 또는 '정체성' 모델을 따른다고 한다. '결과 모델'은 사람들이 비용 편익을 따져 가장 이익이 큰 결과를 선택. '정체성 모델'은 말 그대로 자신의 정체성에 따라 선택.

전라도 광주가 고향인 나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해태에 이어 기아타이거즈를 응원한다. (이 와중에 21:8로 승리. 민식아 안타 치느라 고생했다) 해외에 나가면 우리 모두는 삼성 티비만 봐도 반가운 애국자가 된다.

정체성 모델은 이해관계를 따지거나 결과를 분석하지 않는다는 얘기. 어려워서 그렇지 정체성이라는 동기를 부여해줄 수만 있다면 행동 변화는 껌이라는 뜻이다. 어떻게 하면 정체성을 부여할 수 있을까?
사람들은 행동방식과 사고방식의 불일치를 좋아하지 않는다. 따라서 사람들은 일단 어느 방향으로 조금이라도 발걸음을 내딛고 나면 그 방향에 맞게 행동하기 시작... 행동이 달라지면 그에 따라 자기 자신에 대한 생각도 달라진다. 그리고 그렇게 진화한 정체성은 다시 새로운 행동방식을 강화한다 (357페이지)

조금씩이라도 행동을 바꾸면 결국 생각도 바꿀 수 있다고. 에펠탑이 처음 세워졌을 때 파리 시민들은 흉물이라며 싫어했다고 한다. 하지만 자꾸 보다보니 정듬. 정들고 보니 파리 명물.

나가며

내가 담배를 끊으려면 뭐부터 시작하면 좋을까? 한 보루씩 사면 라이터 챙겨주는 편의점 사장님 덕에 집에 쌓인 게 라이터인데, 일단 그것부터 버려볼까?

새로운 정체성을 부여한다는 게 그리 녹록할 리 없다. 그냥 기존 정체성을 자극하는 게 더 쉽겠지. 가장 흔한 게 사명감 아닌가 싶다. 사명감을 가지고 애국/애족/애사하라는, 국민/민족/회사원이라는 정체성에 기댄 동기 부여.

결국 정체성도 감성이다. 결론은 어떤 방향이든 사람들의 행동을 바꾸고 싶다면 그들을 울리고, 웃고, 화나게 만들어라. 기억에 남는 문구를 남긴다.
'결함률'을 줄이려면 먼저 결함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41페이지)

지식은 행동을 변화시키지 못합니다. 정신 나간 정신과 의사나 비만 상태인 의사, 이혼한 결혼 상담 전문가들을 보면 알 수 있지요 (54페이지)

부정적인 것에 연연하는 이유... 나쁜 것이 좋은 것보다 강력하다... 결혼 문제를 다뤄 유명해진 소설가는 많지만 행복한 결혼생활을 성공적으로 다룬 소설은 지금껏 없었다 (77페이지)

과거에 성공을 거두었던 습관을 바꾸려 들지 않기 때문에 변화가 어려운 것 (174페이지)

변화하고 싶다면 개혁론자들이 모이도록 해야... 변화를 원한다면 조직에 동질성 갈등을 야기할 필요가 있다... '우리 대 그들'이라는 투쟁이 일어나는 것을 받아들여야... 바람직한 것은 아니더라도 필요한 것 (347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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