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월 8일 토요일

2021년에 있었던 일

작년 회고를 보니 코로나 때문에 꽤 힘들었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21년은 좀 나아질 줄 알았다. 최소한 비슷하겠거니 했지. 


덕분에 전자책 세 권을 출간했다. 짤막하게 써서 그리 힘들진 않았음. 원래 계획은 네 권이었는데 실패. 윈도우 이벤트 로그편을 추가해서 엘라스틱과 스플렁크 각각 네 권의 시리즈를 만드는 게 최종 목표인데, 잘 될지는 모르겠다.

내상과염 진단도 받았다. 목 디스크 걸렸을 때 잘 써먹다가 빨래걸이로 전락한 철봉으로 뭐 할 거 없나 찾다가 턱걸이를 좀 했더니 팔꿈치가 아프더라. 병원 갔더니 약한 근육으로 무리한 결과라고. -_- 

턱걸이는 원래 등근육으로 해야 한다는데 난 등근육이 없나? 팔 힘으로만 턱걸이를 했나 보다. 생각해보니 군 제대 이후로 턱걸이를 처음 해봄. 그때는 아프지 않았는데(..)

그리고 비대면

20년에 이어 작년에도 온라인 라이브 강의를 한 차례 진행했다. 이번에도 역시나 나와 교육생 모두 만족도가 낮았다. 일단 주최측의 안일한 운영이 아쉽다.

난처했던 첫경험 이후 파악이 어려운 교육생 상황 등에 대한 문제점을 출강 기관 담당자에게 전달한 적이 있다. 그리고 (19, 20년 강의 평가에서 거의 만점을 받은 내게 던지는) 담당자의 한 마디. 
그러니까 더 잘 하셔야죠

계약서에는 분명 강의장, 실습 장비 등의 교육 환경을 제공한다고 명기되어 있는데 서로 다른 환경을 가진 강사와 교육생을 무료 화상 회의 서비스에 던져놓고 뭘 더 어떻게 잘 하라는 걸까?

방역 지침만 준수하면 대면 강의에 문제가 없음에도 온라인이 매출을 높이는 묘수라고 생각하는 걸까? 그래봐야 모기업 입장에선 여전히 푼돈일텐데, 계열사 위상엔 영향 1도 없을 테고, 그동안 쌓아온 명성만 깎이지 않을까?

물론 건너 건너 들리는 말로는 더 복잡한 속사정이 있어 보이지만, 교육을 강조하는 기업이 일정 내내 진행되는 실습에 최악인 환경을 제공해놓고, 그 피해를 강사와 교육생에게만 전가시키는 태도는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앞으로 온라인 강의는 최소 교육생 상황, 특히 에러 발생 상황을 강사가 직접 확인할 수 있는 방안 등에 대해 출강 기관이 대책을 세웠을 때만 수용할 생각.


두 번째 문제

첫 번째 온라인 강의 땐 해당 기업 교육 담당자가 동석해서인지 몰라도 교육생 개개인의 교육 환경을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었다. 최소한의 시각적 교감이 가능했단 얘기. 

작년 과정은 주최측 운영 지침은 모르겠지만, 교육생 모두 화면을 꺼놓더라. 아마도 화면에 뜨는 본인 모습이 낯선 모양. 하긴 나도 내가 저렇게 생겼나 싶어 좀 낯설긴 하더라.

결과적으로 일정 내내 혼자 떠드는 느낌이 들어 좀 외롭기도 하고, 익명 채팅 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랬다. 그런데 이런 느낌은 나만 받은 게 아니었던 듯하다. 익명의 장벽 뒤에서 강사를 지식 자판기 취급하는 교육생 등장.

강사 가이드를 따르지 않아서 발생한 문제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고, 함께 데이터 파이프라인을 만들어 가는 교수법을 지적하고, 특히 문서 자료 보강을 강하게 요구하더라. (가이드는 따르지 않으면서 자료는 왜 필요할까?)

19년 이후 느낀 두 번째 불만이었는데 모두 리눅스 경험치가 낮아 보이는 교육생인 건 우연의 일치일까? 제공한 가상머신을 사용하지 않으면서 '/var/log/mysqld.log' 파일이 어디에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을 땐 잠시 멍해졌다. 질답 과정에서 리눅스 학습 필요성을 느꼈기만을 바람.

만약 대면 강의였다면 어땠을까? 에러 메시지 캡쳐만을 보내면서 답을 내놓으라는 식의 질문을 할 수 있었을까? 그러지 않았을 것이다. 최소한의 예의를 지켰을 테고, 나 역시 좀 더 노력했을 것이다.

인간 관계는 상대적이라 해당 교육생이 원래 그런 성향일 거라 생각하진 않는다. 강의에 대한 불만이 익명의 역기능에 의해 변질된 것이겠지. 

사실 반쯤은 수료가 목적이고, 나머지는 낯선 분야를 관전(?)하는 태도를 보였을 뿐, 리눅스 초보자는 기존에도 많았다. 그중 드물게 의욕욕심?이 많아보이는 교육생의 불만도 커지는 듯하니 참 아이러니하다.

세 번째 문제

내 욕심이 컸다. 일단 낮은 강의 개설율을 이유로 전체 일정이 4일로 줄었다. 단축 과정을 만들어달라는 요청에 수요 조사 등의 근거가 있느냐 물었더니 그냥 해보는 거란다. 전면 온라인 강의로 전환된 이후, 개설율이 떨어졌는데 이렇게 주먹구구식으로?


2005년부터 패턴매칭 개선과 이상징후 탐지를 위한 데이터 노가다를 해왔다. 15년 이상의 노가다 경험을 압축한 게 기존 5일 과정. 5일이란 시간 동안 15년 경험을 압축 전달하기란 쉽지 않다. 5일 과정에 만족한다면 원래 역량이 충분하다는 얘기.

그래서 강의는 동기 부여라도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최대한 사례와 효과를 많이 보여주려고 노력한다. 4일 과정에 5일 커리큘럼을 전부 욱여넣은 1일 8시간 강의 계획을 전달한 이유. 

하지만 출강기관의 결정은 1일 7시간. 교육 시간(과 강사료) 20%, 그리고 수강료 6%가 줄었다. 8시간 커리큘럼을 7시간 과정에 맞춰 변경해달란 요청도 없더라. 이때부터 오만정 다 떨어짐. 

결과적으로 32시간 분량을 28시간에 소화해야 하는 상황에서 채팅창뿐인 커뮤니케이션 창구에 의존하느라 속도 조절이 힘들었다. 빠르면 빨라서, 느리면 느려서 불만 생기기 딱 좋은 상황. 또 4일 과정을 진행하게 된다면 분량은 무조건 줄여야겠다.

그런데 사실 해결책은 따로 있다

내 강의는 보안 카테고리 중 유일한 난이도 고급 과정. 한마디로 어렵다. 그나마 쉽게 배울 수 있는 방법은 선수 지식을 습득하는 것. 리눅스와 SQL 사용 경험을 괜히 요구하는 게 아니다.

리눅스 기본 에디터인 VIM의 다양한 문자열 처리 기능은 텍스트 데이터 전처리의 감을 익히는 데 도움을 주고,


엘라스틱의 텍스트 기반 환경(yaml)에 대한 빠른 적응을 도와주며, 데이터 계산 능력을 키워주는 SQL 역시 엘라스틱이나 스플렁크 등의 데이터 계산 툴에 대한 적응을 도와준다. 

'빅데이터 커리어 가이드북' 중

최소 리눅스 CLI 환경에서 VIM을 이용, 시스템을 본인 목적에 맞게 셋팅해본 경험이 있다면 좌절감을 맛보게 될 가능성이 높은 확률로 줄어들 것이다.

진입장벽 높여서 교육생 줄면 손해 아니냐고? 난 시간당 강사료를 받을 뿐이라 교육생 숫자에는 관심이 없다. 오히려 교육생이 적을수록 편함. 당연히 교육생도 더 나은 케어를 받을 수 있다. 주최측의 미끼를 덥석 물지 말자.

나가며

온라인 교육의 시대가 왔다고 하지만 화상 회의 툴은 회의용일 뿐이다. 간호학과 다니는 조카놈도 실습할 땐 학교에 간다더라. 교육 종사자라면 먼저 온라인의 장단점부터 파악하는 것이 본연의 자세가 아닐까 한다.

올해는 어떨까? 작년까진 강의가 1순위였지만 위드 코로나도 잠깐으로 끝나버린 상황에서 더 이상의 낙관적인 전망은 무리라고 생각한다. 강의 해보겠다고 어렵게 들어온 제의 거절한 거 뒤늦게 후회 중. 올해는 적극적으로 딴 궁리를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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