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8월 20일 일요일

말을 하는 법

알 수 없는 유튜브 알고리즘이 보여준 영상. 내용은 강연을 잘 하는 법.


영상을 요약하면,
  1. 강연에서 얻어갈 수 있는 걸 시작할 때 알려라 (본인의 유명세로 청중을 이미 휘어잡았으면 농담으로 시작해도 됨)
  2. 한 번에 이해할거라 생각하지 마라 (3회는 반복해라)
  3. 청중이 헤매지 않게 주제를 일관되게 전달해라 (스토리 구조를 잘 짜라)
  4. 질문을 해라 (나랑 눈 잘 맞춰주는 사람이 답변도 잘해줌)

정도인데, MIT 최고 강의인지는 모르겠지만 첫 번째 규칙을 듣는 순간 뭔가 번득이는 기분이 들었다.


내 강의는 어렵다. 하지만 궁금한 데이터가 있는 이에겐 쉽다. 엘라스틱이나 스플렁크는 궁금증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자연히 습득되는 툴일 뿐이니, 데이터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는 데 집중하자.

이런 취지로 강의를 소개하는데 현업 종사자의 동기부여 관점에서는 나쁘지 않다 보지만, 아직 데이터 경험이 부족한 학생층은 좀 막연하게 들리겠다는 생각이 든 것.

이 강의가 끝나면 여러분들은 데이터 분석을 이용해서 네트워크 트래픽과 로그를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런데 어렵다 식으로 이어갈까?

그리고 마음가짐

내용 전체적으로 버릴 게 없는데, 강의를 준비하는 마음가짐에서 한 번 더 무릎을 쳤다.


난 어릴 때부터 숫기가 없는 편이었다. (중딩 생기부에 숫기 부족하다 박제됨-_-) 수업 시간에 궁금한 게 있어도 질문 못하는 수준. 한마디로 나서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책을 쓴 후 사람들 앞에 나설 일이 자꾸 늘어나는 게 아닌가. 

그럴 때마다 부담이 컸는데 궁하면 통한다고, 윈스턴 교수와 비슷한 마인드 컨트롤을 저절로 하게 되더라. 어휴 뭐 좋은 거 있다고 이렇게 모였대. 자 어린 양들 인도해볼까(..) 뭐 이런 식.

그런데 이게 진짜 효과가 있다. 내가 잘 못해도 저 사람들 아무도 모를 거야(..) 이런 식의 자기 최면을 걸어두면 사람들 많아도 덜 떨린다. 개그우먼 장도연씨도 비슷한 말을 했었는데, 사람 생각하는 게 참 비슷하지 싶어서 신기했다.



물론 대놓고 말 하면 안 된다. 저 사람들이야 교수라는 권위와 방송인이라는 유명세가 있으니 사람들이 고분고분 받아들이는 것.

나가며

사실 말 잘 하는 법은 별거 없는 것 같다. 회사 다니던 시절 제안 발표가 힘들어서 적성에 안 맞나 고민했었는데,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아닌 회사가 원하는 말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서가 현재 내린 결론. 제안서대로 안 될거 알거든. 거짓말 하려니 힘들지

그런데 언제부턴가 사람들 앞에 서는 상황이 별로 두렵지 않게 됐다. 몇 번 해보면 마인드 컨트롤도 필요 없음.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책까지 썼는데, 직접 말 할 기회가 반가울 수밖에. 진짜 하고 싶은 말이 생기면 사람들 앞에 서기를 오히려 바라게 된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