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라고 해서 에이즈에 걸린 게 감옥에 갈 죄인가? (매춘땜에 감옥간 건가?) 에이즈에 걸린 여주인공의 남편은 괜찮나? 애는 안 낳았나? 이런 의문이 잠깐 들기도 했었다.
책 말미에 그 영화의 소재로 추정되는 사례가 소개된다. (한국 출판을 위해 추가 집필을 했나 봄)
사회적 혼란(?)을 일으켰다는 이유로 그녀는 감옥에 가야했지만 그녀의 남편도, 아이들도, 그녀가 매춘을 했다는 지역에서 검사를 받은 3만여 명의 남자들도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이 책은 '20세기의 흑사병'이라고 불린 에이즈에 관한 다수의견과 소수의견의 대립, 그리고 소수의견이 어떤 탄압을 받았으며, 득세한 다수의견이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왜 다수의견이 득세할 수 밖에 없었는지를 소개하고 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하면,
- '돼지 인플루엔자' 백신으로 심각한 인명사고를 초래한 CDC(질병통제센터)와 수십억 달러를 쏟아부어가며 '암과의 전쟁'을 선포했음에도 암사망률을 줄이지 못한 NIH(국립보건원), NCI(국립암센터)는 실패를 만회할 실적을 찾고 있었다.
- 1980년에 보고된 (티세포가 정상인에 비해 매우 적은) 면역체계 이상 증상을 CDC가 새로운 질병으로 홍보하기 시작했다. (이 때 이름은 '에이즈'가 아니었다고)
- 1984년 미 보건복지부는 NCI가 발견한 HIV(Human Immunodeficiency Virus,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를 에이즈의 원인이라고 발표했다.
- 이후 치명적으로 낮은 검사 정확도와 약물 독성으로 수많은 인명사고를 양산했음에도 에이즈는 학계와 업계의 성장동력으로 활약했다.
- 1994년 NCI가 발견했다는 HIV는 사실은 프랑스 과학자 몽타니에의 연구를 도용했음이 밝혀졌으며, 몽타니에는 HIV가 에이즈의 원인이라고 주장한 적이 없었다.
중학생 때였나? 한 선생님이 '도대체 원숭이랑 무슨 짓을 했길래 사람이 그런 병에 걸리는 거냐?'며 타락으로 인한 인간세상의 종말을 걱정하시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에이즈는 매우 오랫동안 (어쩌면 아직까지도) '양성 판정을 받았구나, 그렇다면 넌 반드시 죽을거야. 무섭지?' 라는 메시지를 던져주는, 악당들에게 '너는 이미 죽어있다'고 외치던 켄시로와 같은 존재였다.
최근에는 관리만 잘하면 쉽게 죽지 않는다는 정도의 인식 변화가 있는 듯하지만 여전히 무서운 질병임에 틀림없다.
사실 의학 지식이 전무하다보니 HIV가 있다는 건지, 없다는 건지. HIV '양성' 판정이 항체를 갖고 있다는 뜻이라면 (무려) 항체를 갖고 있는데 뭐가 문제라는 건지, 읽는 내내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근거를 가진 주장임에도 에이즈설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소수의견에 대한 학계와 업계의 조직적인 묵살과 재정지원 박탈같은 배척 시도나, '에이즈 약제가 에이즈보다 에이즈 환자를 더 많이 죽이는' 현실에 대한 은폐 시도가 공공연히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에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누구의 잘못일까? 돈에 눈이 멀어버린 업계? 지배 논리를 위해 수수방관 또는 방조한 권력? 본문에 '성공한 과학자가 되는 유일한 방법은 다수의견을 따르는 것 '이란 글이 나온다.
과학계만 해당하진 않을 것 같다. 기술자는 근거가 확실한 숫자로 상대방을 설득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내 주장이 소수의견에 속하게 되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부터 살고 봐야하지 않을까? 덤으로 돈과 명예까지 얻을 수 있다면(..)
2008년 드디어 HIV를 발견한 공로로 노벨상을 수상한 몽타니에는 인터뷰를 통해 다음과 같은 의견을 피력했다.
- 몽타니에 : 우리는 여러 가지 방법을 복합적으로 이용해야 합니다. 아시다시피, 항산화제, 영양 공급을 비롯해 기타 기회감염의 제압, 즉 말라리아나 폐결핵, 기생충 감염, 해충을 제거하고, 사람들을 교육하고, 남성 여성을 가리지 않고 성기를 청결하게 유지시키는 등 저렴하고 쉬운 여러 가지 방법들을 장려해야 합니다.
- 몽타니에 : 빌 게이츠 재단과 같은 국제적인 대규모 재정지원 활동이 약제 구입이나 백신 유포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것은 우려할 만한 사항입니다. 그러나 방금 제가 말씀드린 방법들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재정 지원을 하지 않습니다.
- 브렌트 륑 : 영양 공급은 돈이 되지 않기 때문이겠죠? 그렇지 않을까요? 별로 이윤이 되지 않을 테니까요.
- 몽타니에 : 네. 별 이득이 없지요. 사실은 깨끗한 음용수를 공급하는 것이 핵심일 겁니다.
- 브렌트 륑 : HIV를 자연적으로 제거할 수 있도록 강건한 면역체계를 만들어주는 것이 핵심이라고 당신의 견해를 정리할 수 있겠군요. 만일 감염된 가난한 아프리카인을 강한 면역체계를 갖추도록 도와준다면 그들 역시 자연적으로 HIV를 제거할 수 있을까요?
- 몽타니에 : 네 분명 그렇게 생각합니다.
- 브렌트 륑 : 음, 매우 중요한 사실이군요. 대단히 중요한 핵심인 듯 한데요.
- 몽타니에 : 지금 완전히 무시되고 있는 중요한 정보라 할 수 있죠. 아시다시피, 사람들은 항상 약제와 백신만을 생각하거든요. 지금까지 당신이 들어왔던 것과는 다소 다른 정보겠죠? 하하.
결국 돈이 잘못한 듯하다. '공격적이고 의욕에 넘치는 과학자'와 '조속한 해결을 갈구하는 기성의학체계', '너무도 경솔한 대중매체'의 시너지 효과로 모두들 HIV라는 단독 병원체가 에이즈를 일으킨다는 도그마를 창조해버린 사태가 내가 종사하는 정보보안 분야에서도 발생할까? 아니 발생했었나?
카이스트 한상근 교수의 추천평으로 끝을 맺는다.
빨갱이, 에이즈 등 잘 만든 단어 하나는 수천억 달러 이상의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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