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31일 수요일

2025년에 있었던 일

벌써 또 일 년. 제법 바쁘게 지낸 거 같은데 생각나는 건 엘라스틱 라이센스 이슈 뿐이다. 몇 개월 전 엘라스틱측 클레임이 들어왔다는 출강 기관의 SOS를 받은 것. 요지는 

누구 허락 받고 엘라스틱 교육 하느냐

현대차로 운전연수 교육하면 현대차 허락 받아라 과정 소개에도 있지만, 내 강의 주제는 엘라스틱이 아닌 데이터 분석이다. 과정을 소개하는 첫 시간에 반드시 강조한다. 
엘라스틱 써보고 싶어서 데이터 분석 하나요? 아니죠. 데이터를 잘 분석하고 싶은데  그때 선택할 수 있는 여러 툴 중 엘라스틱을 써보는 겁니다... 이 과정을 다 듣고 나면 엘라스틱을 잘 쓰니까 데이터 분석이 되는 게 아니라, 데이터를 잘 아니까 엘라스틱이 쉬워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실 겁니다

그럼에도 엘라스틱을 사용하긴 하니 뜨끔했다. 라이센스 위반이라도 했다는 건가? 그럴만한 거리가 있나? 엘라스틱은 아마존과 틀어진 21년, 영리 활동이 가능하면서도 소스코드 공개 의무가 없는 아파치 라이센스 2.0을 버리고 엘라스틱 라이센스를 도입했다.

Limitations

You may not provide the software to third parties as a hosted or managed service, where the service provides users with access to any substantial set of the features or functionality of the software.

You may not move, change, disable, or circumvent the license key functionality in the software, and you may not remove or obscure any functionality in the software that is protected by the license key.

You may not alter, remove, or obscure any licensing, copyright, or other notices of the licensor in the software. Any use of the licensor’s trademarks is subject to applicable law.


핵심은 엘라스틱 기능이 포함된 제품의 매매나 (특히 아마존을 겨냥한) 임대 등의 영리 활동 금지.
  1. 사용자 접근을 제공하는 호스팅 또는 관리형 서비스 형태로 제3자에게 소프트웨어를 제공할 수 없다.
  2. 라이센스 키 기능을 이동, 변경, 비활성화 또는 우회해서는 안 되며, 라이센스 키로 보호되는 소프트웨어 기능을 제거하거나 가려서는 안 된다.
  3. 라이센스, 저작권 또는 기타 고지 사항을 변경, 제거 또는 가려서는 안 된다.

분명 교육도 영리 활동이지만 교육생이 재현할 수 있도록 기능 시연을 할 뿐, 제품 장사는 하지 않는다. 소스코드나 라이센스를 건드리지도 않는다. 엘라스틱 라이센스는 물론, 작년에 추가된 (영리 활동은 허용하되 소스코드 공개 의무가 있는) AGPL 3.0 라이센스와도 충돌하지 않는다는 얘기.

물론 엘라스틱은 생각이 다르니 클레임 걸었겠지. (라이센스에 명시하면 서로 덜 피곤할텐데) 그래도 교육 과정 8년 운영하면서 엘라스틱 저변 확대에 나름 기여했다 생각했는데 감사패를 기대한 건 아니지만 야매 취급은 당황스럽다. 8년 만에 갑자기 교육 시장에 관심 주는 모양새가 뭐랄까, 실적 압박 많이 받나 싶다.

기술자문도 라이센스 위반?

가끔 자문 요청을 받을 때가 있는데, 모두 교육에서 이어진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런데 (클레임 가까운 시기에) 처음으로 교육을 거치지 않은 구축 관련 자문 요청을 받았다. 8년 간 교육 진행한 덕에 홍보 좀 됐나 싶어 반가웠는데 자문 범위(데이터 수집 > 전처리 > 분석) 회신을 보냈더니 연락이 뚝 끊김.

아무런 밀당 없이 이렇게 바로 잠수탄다고? 문득 혹시 내가 설치/구축 등 엘라스틱 시장 파이를 갉아먹는 자문 활동을 하는지 떠보는 건가란 생각이 들었다. 라이센스에 명시된 내용은 없지만 엘라스틱 비즈니스와 겹치면 기분 나쁘겠지. 

한 편으론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 개인사업자가 참여하는 사업 규모가 뻔한데, 파이가 얼마나 작으면 그걸 경계할까(..) 그저 내 추측이 틀렸기만 바란다. 일단 설치나 운영 관련 자문 요청은 받지 않는다. 데이터 분석 외엔 관심이 없기도 하고, 기본적 기술 배경이 빈약할수록 데이터 가치 생산보다 설치/구축 결과에만 매달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

어쨌든 글로벌 벤더의 클레임이다 보니 출강 기관측은 꽤 고민을 하는 듯했다. 결론은 과정 운영 중단. OSS(OpenSource Software) 버전이니 문제 없다, Opensearch로도 대체 가능하다 설득해봤지만, 뭐 그렇게 됐다. 매출에 큰 영향도 없는 과정을 외부 간섭까지 받아가며 유지하긴 싫겠지.

아니면 엘라스틱과 협의를 통해 새로운 교육 과정이 개설될 수도 있고. 그런데 예전에도 엘라스틱 협력사가 운영하는 엘라스틱 엔지니어 과정이 있긴 했었다. 몇 년 못 가 폐강됐지만(..) 이유는 아마도 낮은 수요 때문?

감히 조언하자면 뚜렷한 목적 없는 툴 교육은 지속하기 어렵다. 입문 난이도가 높은 분야(정규표현식?)의 특징은 잘 하는 이는 알아서 잘 쓰고, 모르는 이는 아예 시도조차 안 할 때가 많다는 것. 부침이 있었지만 8년 간 과정 운영이 가능했던 이유는 이상징후란 떡밥이 잘 하는 이나 모르는 이 모두에게 나름의 동기로 작용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엘라스틱의 계획은 무엇일까? 

자격증 여러 개 만든 거 보면 교육 사업에 대한 욕심은 확실히 있어 보인다. 그런데 전통적으로 잘 팔린 자격증은 시스코나 오라클 등 시장 점유율이 높은, 결정적으로 오픈소스가 아닌 제품이었단 말이지. 오픈소스는 알아서 잘 쓰거나, 아예 안 쓰거나로 갈리는 경향이 있어서(..)   

나 같으면 불필요한 빈껍데기 필드 수천 개씩 추가되는 ECS 좀 정리해서 테이블 구조 깔끔하게 만들어 주는 데이터 전처리 기능을 유료로 팔겠다. 데이터 분석은 결국 분석이 가능한 테이블 구조를 만들 수 있느냐에 달려 있으니 유료 라이센스 판매에 도움이 좀 되지 않을까?


그러기엔 너무 멀리 와버렸나? 오픈소스 비즈니스 어렵다 어려워. 그런데 내가 지금 엘라스틱 걱정할 때인가? 세상 쓸 데 없는 걱정이 연예인 걱정 그리고 엘라스틱 걱정 내년엔 스플렁크에나 집중하자. 25년이 얼마 안 남았다. 한 해 동안 방문해주신 분들 모두 해피뉴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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