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7일 수요일

지금 경계선에서

저자 레베카 코스타. 예전에 읽다 용두사미 결론에 실망하며 덮었던 기억이 나는데 오랫만에 다시 읽어봄.

마야, 로마 등 사라진 문명은 그 복잡도가 인간의 인지 능력 한계까지 발전했을 때 망조가 들었다는 초반부는 재미있다. 관료제하의 모든 사람은 자신이 가장 무능해질 때까지 승진한다는 피터의 법칙이 떠오름.
유기체가 생존 가능성을 높이려면 유기체의 복잡성이 환경의 복잡성과 대등한 수준이 되어야 한다 (29 페이지)
사회의 해결 능력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으로 문제가 복잡해지면, 사회가 더 이상 문제 해결책을 '사고 '할 수 없는 시점(인식 한계점)에 도달하게 되면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은 다음 세대로 떠넘겨지고 결국 해당 문명을 낭떠러지 끝으로 밀어낸다 (36 페이지)

몰락한 문명의 공통점인 '발전 > 복잡도 증가 > 인식 한계점 봉착' 현상이 현재에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
나는 물 위원회에 5년째 참석하고 있다. 이 기간 우리는 한 방울의 물도 만들어내지 않았다. 물에 대한 필요성도, 물을 생산할 기술도 있지만... 돈이 없는 거 아닐까? 캘리포니아의 물 부족 문제든, 지구적 기후변화든, 세계적 금융위기든 우리가 취하는 조치는 오로지 단기 증상 완화에 국한... 문제가 다음 세대로 전가되면서 규모가 커지면 비극적 결말을 초래할 수 있는데도 우리는 계속 미적거리기만 한다 (50 페이지)

인식 한계점

인생은 짧다. 빠른 (살아서 이득 볼 가능성도 높은) 해결책에 끌리는 게 인지상정. 내가 생각하는 인식 한계점 발생 이유. 저자는 좀 더 근원적인 이유를 댄다. 생물학적 진화 속도가 사회의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서라는 것.
농업이 지구상에 처음 등장한 것은 1만 년 전, 산업혁명이 일어난 지는 이제 겨우 200년... 자연선택은 대단히 느리게 일어나는 과정이다. 우리의 후기산업사회에 잘 어울리는 '회로 '가 고안되기에는 아직 충분히 많은 세대가 지나지 않았다 (37페이지)
당신이 독사와 마주친다면, 거의 뇌 전체가 빛을 내며 그 위협을 처리할 적절한 행동을 취한다. 그렇지만 탄소배출이 언젠가 지구인류를 멸망시킬 것이라는 얘기를 들을 때는 뇌에서 장래의 일을 담당하는 일부분(전전두피질)만 희미하게 빛날 따름 (53  페이지)
만년 동안 농사 짓는 데 최적화된 인지 능력으로 산업혁명 이후 급격히 높아진 정치, 경제, 사회 체제의 복잡도를 감당하기는 절대 쉽지 않을 것이다. 세계대전, 대공황 등이 그 증거 아닐까?
그것에 대해 내 기분이 어떤가? 처럼 쉬운 질문이 그것에 대한 내 의견은 무언인가? 처럼 어려운 질문의 답을 대체한다 - '생각에 관한 생각' 중

인지 과부하를 싫어하는 인간은 본능적으로 복잡한 문제도 싫어한다. 그렇게 인식 한계점에 봉착한 인간이 (학습 노력이 필요한) 지식보다 상대적으로 습득하기 쉬운 믿음(슈퍼밈)에 의존할 때 문명의 몰락이 시작된다는 게 저자의 설명.
믿음이 사실을 밀어내는 현상과 정체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붕괴가 일어날 무대가 마련된 것... 사실과 증거를 무시한 채 입증되지 않은 구제책을 택하는 행위는 파멸의 격렬한 소용돌이를 불러일으키는 방아쇠 (41 페이지)

인식 한계점을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뇌 진화가 더뎌서 발생한 문제라 해결이 힘들어 보이는데? 저자는 통찰력을 발휘해야 한다 얘기하는데 그것도 뇌가 하는 거잖아(..)

통찰을 방해하는 슈퍼밈

저자가 주의를 당부하는 통찰 방해꾼들.

불합리한(반대를 위한) 반대 - 해법을 고민하는 것보다 포지티브와 네거티브,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게 쉽다
양당제에서 후보자가 할 일은 유권자가 자신의 경쟁자를 거부할 '단 하나의 이유 '를 찾아내는 것 (131 페이지)

책임의 개인화 - 구조 문제를 개인 문제로 희석하는 게 쉽다
미국 전역에서 배출되는 쓰레기 중 생활폐기물이 차지하는 비율은 3퍼센트도 안 된다 - 해양 플라스틱 오염 주범은 어구, 어망 (162 페이지)
시스템적 문제에 우리가 미칠 수 있는 영향은 실제보다 엄청나게 과장되어 있다. 실패한 제도, 지도자, 전문가의 책임을 평범한 개인에게 전가 (164 페이지)

거짓 상관관계 - 인과관계보다 쉽다
주가변동과 치즈 생산량의 상관관계는 95%까지 급등... 연관성 없는 상관관계 의존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릴수록... 더 정확한 공식을 밝혀달라는 요청 쇄도... 금융시스템이 너무 복잡해져서 사람들은 문제를 간단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마법사에게 의지하기 시작 (101 페이지)
한 사건이 다른 사건의 실제 '원인 '인지 입증하는 것보다, 두 사건 사이의 관계를 대강 관찰하는 것이 훨씬 쉽기 때문 (182 페이지)

사일로(Silo)식 사고 - 쉽게 살기 위한 밥그릇 지키기
우주 기반 태양 에너지를 연구한 나사 과학자들은 10년이 넘도록 에너지부의 문을 두드렸다... 에너지부는 나사를 비난하며 우주개발이나 하라고 (223 페이지)

극단의 경제학 - 돈으로 평가하는 게 쉽다
1년 전만 해도 마리화나 합법화 찬성은 정치적 자살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온 나라가 경제 위기에 빠지자 정치인들은 기특하게도 이전의 성향을 고집하지 않고 급진적인 자세로 경제 문제를 해결한 해법을 받아들이려 했다... 공공정책과 사회의 윤리는 경제적 필요에 맞춰 쉽게 변할 수 있다 (253 페이지)
비즈니스 원리가 만연하면 복잡한 문제에 빠르게, 효율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압력이 거세진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느리고 사려 깊은 검토보다 빠르고 결단력 있어 보이는 행동을 더 높이 평가... 우리는 상황을 재빨리 가늠해서 행동에 나설 수 있는 강력하고 합리적이며 비즈니스적 사고방식을 지닌 실천가를 원한다 (261 페이지)

전부 복잡도를 줄여 단순하게 문제를 해결하려는 두뇌 활동의 결과. 어느 하나 피해가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 저자가 이런 장벽들을 극복할 수 있는 해결책을 제시하긴 하는데 핵심이 두뇌 훈련을 통한 통찰력 강화(..) 결국 개인 역량 강화하라는 얘기. 책임의 개인화?

나가며

흥미로운 초반부에 비해 후반부로 갈수록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뒷심이 많이 부족해서 아쉬운 책이다. AI가 무섭게 발전하고 있는 요즘 나왔으면 결론이 어땠을까 궁금해지기도 하고. 기억에 남는 문구를 남긴다.
모든 가옥의 지붕과 도로를 흰색으로 칠하면 '11년 동안 110억 대의 자동차를 도로에서 제거한 것 '과 맞먹는 효과를 낼 것 (84 페이지) 
높은 다양성이 있는 시스템은 복잡한 문제에 직면해서도 잘 작동 (107 페이지) 
고도로 복잡한 환경에서는 성공하는 해법보다 실패하는 해법이 더 많다는 사실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진보를 이루기 위해 치러야 할 대가 (305 페이지) 
복잡한 문제가 닥쳤을 때 우리가 개발할 수 있는 해법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것은 뇌 속에 쌓아 온 콘텐츠의 종류와 양. 인간은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 없다 (338 페이지) 
소그룹(3~5명)이 복잡한 문제를 개인보다 더 빨리 해결... 2명 이하 그룹은 해법을 이끌어낼 '임계 질량 '이 부족... 사람이 많을수록 새로운 아이디어나 반대 의견에 대한 억압 심화... 큰 그룹에서는 집단의사결정에 기여하지 않는 개인이 생겨나 '사회적 태만 '이나 '남의 의견만 따르는 ' 현상이 일어나기 쉽다 (367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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