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8월 1일 목요일

스플렁크 위주로 해주세요

교육기획 담당자에게서 가장 많이 듣는 얘기. 담당자 입장에선 스플렁크 교육으로 결재 받았는데 계획서만 보면 고작 반나절 정도 시간만 할당되어 있으니 답답할만 하다.


그래서 각 단위는 스플렁크 필수 기반 기술이거나, 단위 주제 모두 스플렁크를 활용한다는 보충 설명이 필수. 

왜 이런 상황이 자주 발생할까? 

다음은 목조주책 건축 커리큘럼.


해당 과정을 보고 망치, 톱질은 언제 배우나 궁금해 하는 이가 있을까? 건축의 역사부터 설계, 골조, 단열 등의 과정 하나하나가 건축의 필요조건이며, 전 과정이 조화를 이뤄야만 좋은 집이 지어진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집은 생존의 필수 조건. 관심도가 높기 때문에 인류 역사만큼 오랜 기간 많은 정보가 공유되어 온데다, 결정적으로 직접 짓지 않아도 살아보면 알 수 있다. 좋은 집인지 아닌지, 어디에 문제가 있는지.

매일 경험치가 쌓이니 비전문가라도 튼튼한 기반 위에 집을 지어야 한다는 기본 상식 정도는 알게 된다. 망치, 톱이 중요한 게 아니라는 것도 자연스럽게 인지. 

반면 데이터 분석은 

평소 실감할 일이 별로 없어서인지 수천 년 전 조상님때부터 하던 통계 분석 똑같이 하는 건데도 낯설다. 머신러닝이 유행하면서 데이터 분석 분야는 높은 수준의 수학/통계 지식이 필수라는 고정관념까지 생김.

물론 검색/광고 등 머신러닝이 주로 주력하는 분야가 돈을 버는 분야, 돈을 벌기 위해 사람을 분석해야 하는 분야라는 점에서는 어느 정도 사실이다. 거짓말이 가능한 사람을 분석하는 게 쉽진 않겠지.

그런데 내가 20년 가까이 컴퓨터 로그 분석하면서 느낀 건, 더하고 빼는 산수 수준으로도 분석이 되더라는 것. 왜 쉽지? 나름 고민끝에 내린 결론은 컴퓨터는 거짓말을 못하니까.

하지만 한번 생긴 고정관념은 쉽게 깨지지 않고, 그래서 머신러닝은 부담스러운 이들이 스플렁크나 엘라스틱처럼 유명한 제품을 쓰면 데이터 분석이 쉬워질거라는 생각을 하게 되지 않나 싶다. 유명한 제품 쓴다는 거 자체에 만족하기도

이런 경향은 특히 빅데이터라는 키워드가 유행하면서 심해졌다. 통계 분석으로 향해야할 관심이 온통 하둡 등의 데이터 인프라 기술로 쏠리면서 많은 이들이 수단을 목적으로 착각하게 된 것.


이런 착각은 망치/톱 숙달 부족이 좋은 집이 지어지지 않는 이유, 스플렁크/엘라스틱 숙달 부족이 데이터 분석 실패 이유라는 착각으로 이어진다. 숙달이 부족하다 생각되니 더 열심히 수단에 매달리고, 그래도 안 되면 비법같은 걸 찾게 된다.

나가며

자고로 돈 주는 사람이 보고 싶은 걸 보여주고, 듣고 싶은 걸 들려줘야 돈이 되는 법. 망치, 톱 팔라는 사람에게 자꾸 설계도 강조하는 게 맞는 걸까? 장사는 그렇게 하는 거 아니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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