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7월 30일 일요일

어떻게 살 것인가?

유시민씨가 정계 은퇴 후 내놓은 첫 번째 책. '유시민' 하면 14시간만에 작성했다는 민간인 고문 사건 재판 항소이유서가 떠오를 만큼, 그의 필력은 유명하다.

그냥 원래 똑똑한 사람이고, 어렸을 때부터 글쓰기 수련을 많이 했겠지 싶었는데, 난데없는 저자의 고백.
"나는 맞지 않으려고 맹렬하게 글을 썼다. 진술서를 쓰는 동안만큼은 때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때 내가 혹독한 스파르타식 글쓰기 훈련을 했다는 것을 세월이 흐른 뒤에야 깨달았다... 나는 계엄사 합수부 조사실에서 태어난 글쟁이" (153페이지)

보람찬 군생활을 한 이들도 있겠지만, 나를 포함해서 꽤 많은 대한민국 남자들이 군대 이야기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솔직히 그 시간이 아깝기 때문일 것이다. 보람찼다고 스스로에게 암시를 주는 일종의 정신 승리(..)

어떻게 살 것인가?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저자는 스스로의 삶을 되짚어봄으로써 그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과정이 삶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타산지석이나 반면교사로 쓰여지기를 바란다.

저자는 잘 살아왔을까? 그는 공부가 좋았던 학생에서, 지역주의가 아닌 정책으로 경쟁하는 정치인을 꿈꿨지만, 목표를 이루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내가 몸담았던 정당은 모두 사라지거나 좌초했거나 어려움을 겪고 있다 (185페이지)

실패 원인은 그의 성향에 있지 않나 싶다. 유시민은 정치 인생을 걸고 3당 합당을 반대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좋아했다. 유유상종이라고, '좋은 게 좋은 거'를 인정하지 못하는 그의 성향이 짐작가는 대목.

필요하고 옳은 일을 하는 것만 생각했을 뿐, 그 일을 친절하게 하지 않았다. 그래서 신뢰를 받지 못했고 일도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이다. (182페이지)
나는 왕왕 의견이 다른 사람에 대해 적대감을 느꼈다. 남이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해주기를 원하면서도 남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적게 했다. 그렇게 하면 소통과 협력을 이루어내기 어렵다. 어디 정치만 그렇겠는가?... 뜻이 아무리 옳아도 사람을 얻지 못하면 그 뜻을 이룰 수 없다. (186페이지)

때로는 야합(?)도 필요한 정치를 하기에는 좀 부적합한 성격인 듯싶다. 죽을 때 변한다고,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얼마 전 방송에서 10년 정치 여정이 고통스러웠음을 고백한 유시민.

투쟁하는 데는 비용이 든다. 투쟁하면서 즐거울 수도 있지만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다. 그 투쟁이 성공하면 혜택은 모두가 함께 누리지만, 드는 비용과 스트레스는 내가 감당해야 한다. (87페이지)

머리로는 알겠는데 몸이 따라주지 않으면 지치게 마련. 정치를 하면 할수록, 타협해야 한다는 이성과 옳은 말도 싸가지 없게 해버리는 감성 사이에서 방황했을 듯. 결국 정치가 싫어지고 허무감을 갖게 된 것 아닐까?
나는 글쓰기로 되돌아왔다. 정치가 싫다거나, 잘할 수 없을 것이라는 좌절감 때문만은 아니다. 내 인생의 남은 시간 동안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싶어서다. (258페이지)

하지만 그의 정계 은퇴가 단순히 편히 살고 싶다는 욕망만을 쫓은 결과로는 보이지 않는다. 그보다는 신념을 실천하기에 더 좋은, 자신만의 방법을 찾은 듯.
내가 가진 신념 덕분에 내 자신과 내 삶이 더 훌륭해지는지를 주의 깊게 살핀다. 내 자신을 비루하게 만드는 신념은 좋은 것이 아닐 가능성이 많다. 그런데도 신념 그 자체가 확실히 훌륭해 보인다면, 그 신념을 실천하는 방법을 잘못 선택한 것이 틀림없다. (276페이지)

그렇게 생각해서인지는 몰라도 정치를 떠나 작가, 정치평론가, 방송인으로 사는 그의 모습은 확실히 예전과는 달라 보이는 것 같다.


총평하면

내가 이랬으니 너희도 이래라 하는 꼰대가 아니라, 나는 이랬는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유시민을 볼 수 있었던 책이다. 기억에 남는 문구를 남긴다.
(메시의 성공은) 즐기고 노력한 결실이다. 그러나 메시보다 축구를 더 좋아하고 더 긴 시간 더 힘들게 훈련한 선수가 수없이 많다. 그들 가운데 누구도 메시처럼 하지 못한다... 타고난 재능 없이는 불가능한 일... 그건 그냥 그에게 주어진 행운이었다. (287페이지)

성공하지 못했다고 노력하지 않았다는 뜻은 아니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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