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월 13일 토요일

네이버 라인 소송전을 보면서

네이버 라인 소송 판결 때문에 꽤 시끄럽다. 

전말은 이렇다.
① A씨, 2010년 4월 'line.co.kr' 도메인 등록
② 라인코퍼레이션, 2015년 1월 'line.co.kr' 도메인 말소 조정 신청

네이버는 A씨가 적법한 절차를 거쳐 선점한 도메인의 말소를 신청했다. 그리고 재판부는
① 네이버의 '라인'이 유명(?)하니 네이버만(??) '라인'이란 보통명사를 쓸 수 있고(???),
② A씨가 네이버의 도메인 양수 요청 대가로 미화 10만 달러를 요구한 것은 '부정'하다며 네이버의 손을 들어줬다.

먼저 지어진 건물의 일조권을 인정하듯, 선점은 일종의 권리라는 게 사회통념이다. 2000년이었나? 지금은 사라진 두루넷이 거액을 주고 구매한 'korea.com' 도메인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한참 흥한 적이 있었다. (세계 도메인 거래 Top 10에 든다고)


그때 '대한민국 대표' 마케팅에 혹해서 사이트 열자마자 'se'란 아이디를 선점하려고 했는데 한발 늦어서 꽤나 실망했었던 기억이 난다. 결국 'truese'로 등록. (가끔 'x'를 왜 빼먹었냐고 물어보시는 분들 계시는데 'True System Engineer'의 약자임 ㅡㅡ;)

일단 기존 상표권과 충돌하는 도메인의 선점은 문제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선점 절차가 적법하다면 당사자간의 원만한 해결 노력이 필요한 문제. 심지어 A씨는 네이버가 라인 서비스를 런칭하기도 전에 도메인을 취득해서 운영해왔다. 한마디로 '불공평'하다.

아, 네 뭐(..)

유명해지면 똥을 싸도 박수를 쳐준다더니, 정말인가 보다. 나보다 더 유명한 '강명훈'이 나타나면 내 블로그 도메인도 내놔야 할 판. 더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파는 사람이 사는 사람에게 가격을 부르는 행위를, 싸게 사서 비싸게 팔려는 행위를 법이 '부정'한 것이다.

자본주의가 그렇게 강조하던 자유경쟁을, 이익 추구를 헌신짝 취급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 신기방기. 기사 댓글에 살아있는 비유들이 많아서 더 이상의 언급은 의미없을 듯. A씨가 도메인 이용약관(?)을 위반했으니 적법하다는 주장도 있다. 뭘 위반했을까?

(인터넷주소자원법 12조)
"누구든 정당한 권원이 있는 자의 도메인이름 등록을 방해하거나 정당한 권원이 있는 자로부터 부당한 이득을 얻는 등 부정한 목적으로 도메인이름 등을 등록·보유·사용해서는 안 된다."

도메인이 공공재라느니, 정해진 기간만 빌려쓰는 개념이니 등등의 의견도 있는데, 도메인은 상상력이 허락하는 만큼 만들고 사용할 수 있는 거의 무한대의 자원이며, 소유자가 순수 창조한 재화이다.

도메인 관리 기구는 돈을 받고 중복 도메인 방지 등 사용 편의를 제공하는 역할을 할 뿐, 소유권을 가지고 사용권을 임대하는 단체가 아니며, 하물며 사용권만 빌려주는 임대차 거래에서도 사유재산 개념은 적용된다.

그런데 사익을 위하든 공익을 위하든, 아니면 버려두든 소유자 마음인 사유재산의 용처가 누군가의 이해와 충돌하니 아예 사유재산 자체를 박탈해버린다? 타당한 근거와 함께 권리를 제한한다거나, 당사자간의 원만한 해결을 유도하는 게 아니라? 위헌 사유 아닌가? 일종의 사다리 걷어차기라는 생각이 드는 건 나뿐일까?

결국 A씨는 몇 년 앞을 내다보고 치밀하게 네이버의 도메인 이름 등록을 방해한 셈이 됐고, 법은 적법한 절차를 거쳐 도메인을 선점한 후, 양수를 요청한 네이버에게 가격을 제시한 A씨가 아닌 그저 유명한 네이버에게 '정당한 권원'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네이버는 5년 이상 도메인을 운영해온 A씨의 도메인 보유를 방해해도 '정당'하지만, A씨는 세계로 뻗어가는 네이버의 라인 도메인 등록을 방해하는 '부당'한 짓을 한 것이다.

핀과 제이크의 어드벤처 타임

이번 판결로 네이버가 얻은 것은 무엇일까? 네이버에 호의적인 댓글이 별로 많지 않다. 이미 '가두리 양식장', '검색어 조작' 등의 오명을 가진 네이버에게 미운 털 하나 더 박힌 셈.

워렌 버핏이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평판을 쌓는데는 20년이 걸리지만, 그것을 잃는 데는 5분이면 족하다". 꼭 워렌 버핏이 아니더라도 좋은 이미지보다 나쁜 이미지 쌓기가 더 쉽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다.

이번 소송이 회사 이미지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리란 사실을 네이버가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네이버는 왜 고작 1억 아끼려고 이런 소송을 벌였을까? 이해가 잘 가지 않는 대목이고,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굳이 이유를 찾자면 그래도 되니까?

실제 비난 여론을 의식해서인지 네이버는 "재판 결과와 상관없이 해당 도메인이 메신저 서비스의 방해를 목적으로 사용되지 않는다면 원소유자의 사용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며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럴거면 그냥 1억 주고 사든가. 나 같으면 한 100억 주고 이슈몰이라도 한번 해보겠네(..)

관련 기사 검색하다 발견한, 왠지 씁쓸해지는 글 하나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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