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월 3일 일요일

2015년에 있었던 일

겨우 사흘 지났는데 작년이라니 뭔가 좀 웃기지만, 아무튼 작년에 신상에 변화가 좀 있었다. 일단 백수가 됐고, 잠깐 눈물 좀 닦고 책을 하나 쓰기 시작했다. 원래 작년에 끝낼 작정이었는데(..)

블로그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고등학교 때 이후로 써본 적이 없는 일기를 다시 쓰는 기분. 고딩 때부터 써왔던 일기장은 군대 가져갔다가 당장 집으로 돌려 보내라는 조교의 불호령에 쿨하게 소각장에서 태워버렸지. 나중에 땅을 치고 후회했지만 그 때는 때려 죽여도 집에 보낼 수 없었다. -_-

그리고 또 뭐가 있나? 어깨가 아프구나. 여름부터였나? 일상 생활할 때는 모르겠는데 수영만 하면 어깨가 조금씩 아파서 그럴 때마다 얼음 찜질 해주면서 무시했는데 최근에 좀 많이 아파서 병원 갔더니 어깨 근육에 염증이 생겼다고.

신기한 게 수영할 때는 처음엔 좀 아픈 듯 하다가 점차 통증이 사라지는데, 수영 끝나고 나면 다시 아파온다는 것. 군대에서 물집 잡힌 발로 걸으면 아픈데 뛰면 아프지 않았던 경험과 비슷하다.

어깨에 무리가 왔다니 누가 들으면 무슨 선수 수준으로 수영하는 줄 알겠다. 1km를 두 번에 나눠서, 설렁설렁 하는 수준인데다 매일도 아니고 하루 걸러 하는데 이 모양이다.

병원 갔더니 어깨뼈가 회전근?을 긁어놨다고(..) 재수없으면 근육 끊어질 수도 있다며 근육을 건드리는 뼈 부분을 갈아내는 수술을 권한다. (근데 뼈랑 근육은 원래 항상 붙어있는 거 아닌가?)

수영하려고 몸에 칼까지 대야 하나 싶다. 수영하면서 허리 아프던 게 없어져서 평생 해야겠다 마음먹고 있었는데 고민이다. 서울 살 때 자전거로 출퇴근 하면서 사당동 까치고개를 4년 넘나든 결과 튼실한 하체는 개뿔, 무릎만 상해서 자전거 끊었는데 이제 수영 끊으면 뭐 하나?

운동하는 사람의 관절이 더 빨리 상합니다 -_-

안 아플려고 운동했는데 되려 운동 한 데가 아파대니 참 난감하다. 예전엔 상상할 수 없었던, 육체적인 제약이 하나씩 늘어나는 느낌이 참 별로고, '운동할 땐 한 데가 아프고, 안 할 땐 안 한 데가 아프고, 앉으면 무릎이 아프고, 일어서면 허리가 아픈 중년'이란 말이 공감돼서 서글프더라.

책은 언제나 마무리가 될까? 작년 12월에 한창 속도 내다가 갑자기 들어온 강의 요청 때문에 흐름이 끊겼다고 해야 할까? 진도가 안나간다. 책 마무리 할 때까지 강의든 뭐든 한 눈 팔지 않으려고 했는데 막상 요청이 오면 돈에 대한 유혹을 뿌리치기가 힘들다. 벌 수 있을 때 벌어야지(..)

게다가 아직 많이 부족하다 보니 강의를 할 때마다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는데, 부족한 부분을 하나씩 채워나가는 느낌이 너무 좋다. 강의 분야가 약간 달라서 급하게 준비하느라 스스로도 마음에 들지 않는 강의였지만 이번에도 배운 게 많았다.

교재 준비하면서, 강의하면서 배우고, 쓰고 있는 책의 완성도를 높여줄 사례도 찾고, 그동안 생각만 하면서 손대지 못하고 있던 분야에 접근할 수 있는 계기도 만들어서 뿌듯하다. 본격 강사만 꿀 빠는 강의

직접 경험이든, 간접 경험이든 부딪혀 보기 전에는 실체를 알 수 없고, 실체를 모르면 영원히 문제를 알 수 없으며 당연히 문제를 해결해야겠다는 생각 역시 품을 수 없게 된다. 그래서 책을 쓰고 안 쓰고를 떠나 임승수 씨의 조언은 천금의 가치와 맞먹는다고 생각.

물론 준비가 부족해 버벅대고, 수강생들의 실망스런 눈초리가 느껴지면 창피하기도 하지만, 그럴 때마다 다음엔 반드시 더 나아질 거란 생각, 어디 가서 돈 내고도 하기 힘든 경험이란 생각으로 버틴다. 물론 돈 내고 듣는 분들한테는 많이 죄송. 연락 주시면 AS 해드림(..)

하지만 주객이 바뀌면 안되겠지. 한 눈은 그만 팔아야겠다. 시작할 때는 참 간절했는데 시간 좀 흘렀다고 직장까지 그만 두면서 세웠던 목표를 너무 쉽게 까먹고, 자기 합리화에 빠지는데 그만 간사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쯤에서 궁금해하는 분이 있을까봐 얘기하자면 책의 주제는 '정규표현식'이다. 어쩜 이렇게 재미없고 고리타분하게 들릴까? 이름을 잘 못 지었어. 이거 재밌을 거 같은데 할만한 이름 없을까? 만능표현식? 절대표현식? 스마트? 슈퍼? -_-

그동안 정규표현식을 공부하면서 읽었던 책들을 보면 번역의 한계도 있겠지만 두꺼운 책은 설명이 너무 복잡해서 어렵고, 얇은 책은 너무 단순해서 이해가 어렵지 않나 싶다.

독자 대상이 프로그래머 위주다 보니 소개되는 사례들이 낯선 경우도 많고. 반복해서 읽고 내가 활용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응용 실습을 병행하다 보면 어느 순간 이해가 되긴 하지만.

엔지니어 독자 위주로, 로그 분석에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고, 쉽게,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는 정규표현식 책을 쓰고 싶다. 그런데 역시 재미까지 원하는 건 욕심이겠지?

뭐? 재미있는 정규표현식?

이 글 보시는 모든 분들이 원하는 바 이루는 2016년이 됐으면 좋겠다. 덩달아 나 역시 꽃 피는 봄이 오기 전에 책도 출간하고, 어깨도 안 아픈 2016년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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